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는 더 번창했습니다. 관세로 수입가격이 더 높아져서 기업실적이 둔화되고 소비가 둔화될 염려가 있었지만 미국은 평온했습니다. 경제 일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미국에 대해서 '미국 예외주의'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로 경기 둔화를 잠시 막았던 것 뿐입니다.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이연시키고 감췄던 것입니다.

25년 7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그 동안 꼭꼭 숨겨왔던 미국의 취약한 경제를 한번에 드러냈습니다. 7월 신규 고용은 7.3만명으로 컨센 10만명보다 상당히 낮았으며, 5~6월 신규 고용은 무려 90% 하향 조정된 1만명대로 나왔습니다. 최근 3개월 신규 고용은 10.6만명으로 월평균 3.5만명에 불과했습니다. 시장은 경기 침체가 아직 멀리 있다고 안심했는데 바로 코 앞까지 닥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경제는 고용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마이너스 전환되면 예외없이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고용 둔화는 작년 6월부터 나타났습니다.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24년 6~8월 월평균 8.2만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24년 9~12월 월평균 21.7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신규 고용이 급격히 줄어들어서 25년 1~3월 월평균 11.1만명으로 반토막났습니다. 그러다가 25년 4~6월 월평균 15만명으로 다시 반등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정으로 4~6월 월평균 6.4만명으로 또 반토막났습니다.

24년 4분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서 인위적으로 고용을 늘린 것과 25년 2분기 통계 오류 때문에 미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형성되었다고 판단됩니다. ADP 민간 고용, ISM 제조업/비제조업 PMI, Not On Temporay layoff 등 다른 고용지표에서는 고용이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 있었지만 시장은 정부가 발표하는 왜곡된 고용지표에만 집중하며 무시했습니다. 이번에 하향 조정된 신규 고용 숫자가 일찍부터 나왔다면 4월 관세 충격으로 급락했던 미국 증시가 결코 급반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경제가 왜곡되어 있더라도 금융시장은 이를 일찍 파악해서 선반영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레를 해결하려면 고통의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상식을 정치 논리가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미국 증시는 고금리와 관세에도 경제가 계속 번창할 수 있다는 주장이 횡행했고, AI 환상에 중독되어서 밸류에이션 논리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펀더멘탈 상관없이 대중심리로 움직이는 밈주식과 가상자산이 주도주가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국 경기 침체는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침체는 과거와 달리 '달러 약세'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의 절대적, 상대적 상대우위에 기반해서 달러가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지속함으로써 경기 침체 충격을 줄일 것이므로 Hard-Landing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 연준 카드가 남아있는 것도 미국의 급격한 경기 위축을 방어해줄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 약세를 선호합니다.)

한국과 중국 증시는 대표적인 달러 약세 수혜국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천천히 둔화된다면 달러 약세 환경이 지속되어 증시 상승 추세가 훼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경기 회복 기대와 증시 저평가 매력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악재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1기는 중국에만 높은 관세를 부과했으나 트럼프 2기는 동맹국 포함해서 다른 국가에도 15% 이상 높은 관세를 부과했으므로 중국 입장에서 마냥 불리하지 않습니다.

위험자산 투자는 불안한 US를 축소하고 달러 약세 수혜를 받는 Non-US를 확대할 것을 권장합니다. Non-US 증시에서는 저평가되어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및 증시 부양이 실행되고 있는 한국과 중국 증시가 매력적입니다. US는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장기물 국채) 투자가 더 매력적입니다.